반복된 실패가 만들어내는 만성 무기력
취업 스트레스는 현재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다. 비단 영미씨의 특수한 사례만은 아닐 것이다. 취업이라는 사회진입의 반복적 실패는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고, 심하면 우울증을 경험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취업 스트레스는 196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의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이라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는 개를 이용해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24마리의 개를 세 집단으로 나누어 상자에 넣고 전기충격을 주었다. 한 집단은 조작기를 누르면 전기충격을 스스로 멈출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고, 두번째 집단은 조작기를 눌러도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고, 몸이 묶여 있어 어떠한 대처도 할 수 없는 환경을 제공받았다. 세번째 집단은 전기충격을 주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후 다시 세 집단에게 전기충격을 줬다. 이번에는 불이 켜지고 난 다음 전기충격이 오고, 그 다음에 작은 담장을 넘어서면 전기가 없는 곳으로 넘어갈 수 있는 환경이었다
첫번째와 세번째 집단의 개는 바로 중앙의 담을 넘어갔지만, 두번째 집단은 충격이 가해져도 피하지 않고 구석에 웅크려있으면서 전기충격을 그대로 다 받아들였다. 셀리그만은 이 개들이 무기력에 학습되었다고 해석했다. 자극을 받지 않았거나 혹은 자극을 받아도 피할 수 있었던 개들과 달리, 노력해도 자극을 피할 수 없었던 개들은 피할 수 있는 자극이 주어진다고 해도 회피반응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학습된 무력감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노력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이어지면, 무기력함에 빠져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반복적 취업스트레스에 노출되어 끝없이 좌절을 경험하고 나면, 결국 ‘학습된 무기력’에 의해 더 이상 노력을 하지 못하게 되는 심리상태가 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취업대란이다. 취업 실패를 반복하면서 위의 도표와 같은 일반화된 무력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사회가 가진 스펙 중심의 높은 사회 진입 장벽 탓에 취업 스트레스를 느끼는 젊은이들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뒤에서 새로 배출되는 졸업생들은 나오는데, 아직 사회생활의 시작이라는 진입자체를 하지 못한 채 무력감만 갖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개인의 문제로만 보기보다 사회적으로 심각한 사태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취업 스트레스로 인한 무기력증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새롭게 의욕을 불태우고 도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또한 반복적 취업 실패로 인해 스트레스로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을 극심하게 느끼는 이들은, 학습된 무기력감이 자신을 지배하기 전에 전문가의 상담을 받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를 해야 한다. 그것이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는 길이다.